AI 에이전트 팀은 어떻게 시작됐나 — AI 팀원을 뽑기 전에, 일할 회사부터 만들었습니다

앞 글에서 여덟 명과 함께 일하는 하루를 보여드렸습니다. 그런데 제가 처음에 만든 것은 팀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을 뽑기 전에 회사를 세우듯이, 저는 팀원들이 들어와 일할 자리부터 만들었습니다.
자료는 이미 있었습니다. 흩어져 있었을 뿐입니다
교육을 시작한 지 20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쌓인 것이 적지 않은데, 문제는 그게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머릿속에만 있는 것도 많았습니다. 강의를 하다 나온 좋은 설명, 고객사마다 달랐던 접근, 몇 년에 걸쳐 다듬어진 실습 순서. 저는 알고 있지만 꺼내 쓰려면 매번 기억을 뒤져야 했습니다.
그런데 머릿속에만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제 PC에는 이미 쌓여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몇 년치 교육 제안서가 폴더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강의 시나리오를 정리해둔 마인드맵도 있었습니다. 저는 강의를 준비할 때 씽크와이즈로 흐름을 짜는데, 그게 과정마다 한 장씩 쌓여 있었습니다.
없어서 못 쓴 게 아니었습니다. 너무 많아서...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어서 못 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위키를 만들었습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LLM 위키를 하나 세웠습니다. AI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내 지식을 쌓아두는 곳입니다.
강의 녹취를 텍스트로 풀어 넣고, 제안서를 넣고, 씽크와이즈 마인드맵을 넣고, 읽은 기사와 자료를 넣었습니다. 그냥 쌓아두기만 한 것이 아니라 층을 나눴습니다.
아래층에는 원자료가 들어갑니다. 녹취, 기사, 원본 문서. 그 위층에는 거기서 뽑아낸 개념이 올라갑니다. 맨 위층에는 개념들을 묶어 만든 관점이 올라갑니다.

지금 이 위키에 문서가 1,511개 있습니다. 원자료 326개, 개념 200개, 종합 32개, 그리고 출처 자료 802개.
숫자보다 중요한 건 이겁니다. 흩어져 있던 20년치가 서로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제안서 폴더에 잠들어 있던 것이 「교육 제안서를 어떻게 재사용하는가」라는 한 장으로 올라오고, 마인드맵 여러 개가 「강의 시나리오를 어떻게 관리하는가」로 묶였습니다.
그런데 읽어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정리는 됐는데, 정작 그걸 읽고 일해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위키는 제가 읽으려고 만든 것이었으니까요. 결국 다시 제가 열고, 제가 찾고, 제가 씁니다. 잘 정리해둔 만큼 아까워졌습니다.
그때 그 영상을 봤습니다
티타임즈에 올라온 인터뷰였습니다. 「12명 AI에이전트 팀원과 창업, 어떻게 하는지 보여드릴게요」.
데이터 분석과 그로스 해킹으로 알려진 분인데, AI 에이전트로 팀을 짜서 혼자 일하고 계셨습니다. 자기를 1인 기업이라고 부르는 게 좀 거짓말 같다고 하시더군요. 인간은 저 혼자지만 팀 멤버가 열둘이라고요.
인상적이었던 건 팀원 수가 아니었습니다. 그분이 팀원들을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이름을 하나씩 빌려와 붙여두고, PM은 누구, 개발은 누구, 리서치는 누구 하고 역할을 나눠뒀더군요.
기능이 아니라 인물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대목에서 멈췄습니다.

참고 영상: 12명 AI에이전트 팀원과 창업, 어떻게 하는지 보여드릴게요 (티타임즈)
그날 유현이가 태어났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웹툰이 하나 있습니다. 「상남자」. 일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 팀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 세계관을 빌려오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로 만든 것이 한유현입니다. 원작에서 한 번 살았던 삶으로 되돌아온 인물이고, 저희 팀에서는 전체를 총괄하는 리더이자 제 비서입니다.
2026년 7월 9일입니다.
지어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날 위키에 넣은 자료 폴더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 그 안에 방금 말씀드린 인터뷰 자료가 강의 녹취들과 함께 들어 있습니다. 영상을 보고, 위키에 넣고, 그날 첫 팀원을 만든 것입니다.
순서가 중요했습니다
두 달 뒤 팀은 여덟이 됐습니다.
돌아보면 이 순서가 아니었으면 안 됐을 것 같습니다. AI를 먼저 들이고 무엇을 시킬지 고민했다면, 저는 매번 처음부터 설명하고 있었을 겁니다. 읽을 것이 이미 있었기 때문에 팀원들이 제 방식대로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읽을 것은 새로 만든 게 아니었습니다. 제안서 폴더에, 마인드맵 파일에, 강의 녹취에 이미 있던 것을 옮겼을 뿐입니다.
"AI를 도입했는데 왜 별로지" 하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도구가 부족해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 도구가 읽을 것이 아직 없어서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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