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AI는 두 갈래입니다 — 내 일은 빠르게, 사람은 깊게

리더 대상 AI 교육에 들어가면 먼저 여쭤봅니다. AI를 어디에 쓰고 계세요? 대답은 대부분 보고서입니다. 보고서 초안을 쓰고, 문장을 다듬고, 요약을 시킵니다.
틀린 건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그때 이렇게 되묻습니다. 리더의 일은, 보고서가 아니라 사람 아닙니까?
리더의 일은 판단하고 맡기는 일입니다
실무자는 자기 손으로 처리하는 일이 많습니다. 리더는 다릅니다. 팀원이 올린 보고를 검토하고, 일을 나눠 맡기고, 결정을 내리고, 사람과 이야기합니다. 직접 처리하는 일보다 판단하고 맡기는 일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실무자용 AI 활용법을 그대로 가져가면 정작 리더가 시간을 쓰는 자리에는 닿지 않습니다. 리더에게 AI는 글을 대신 써 주는 도구가 아니라, 판단을 돕는 참모여야 합니다. 저는 이걸 디지털 참모라고 부릅니다.
리더의 AI는 두 갈래로 보시면 됩니다. 첫째는 내 일을 빠르게 하는 AI, 둘째는 사람을 깊게 대하는 AI입니다.
첫째 갈래 — 내 일은 빠르게
리더가 붙잡고 있는 일 중에는 AI가 먼저 정리해 주면 시간이 확 줄어드는 일이 많습니다. 그만큼 판단할 시간이 생깁니다. 강의에서 실제로 하는 실습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보고서를 검토할 때입니다. 팀원 보고서를 받으면 바로 빨간 펜을 들고 싶어집니다. 그 전에 AI에게 먼저 물어보세요.
아래 보고 내용을 잘 의사결정하기 위해서 팀장인 나는 어떤 지식이 필요할까? 내가 잘 검토하기 위해서 어떤 요소를 살펴보는 게 좋을까? 그중 가장 중요한 건 뭘까?
보고서를 고치는 질문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봐야 하는지 묻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답을 받고 보고서를 다시 읽으면 빠진 내용과 근거가 약한 곳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검토 시간은 줄고 피드백은 구체적이 됩니다.
주간보고를 정리할 때입니다. 팀원 다섯 명의 주간보고를 읽고 본부장께 올릴 한 장을 만드는 일은 매주 반복됩니다.
팀원들이 올려준 주간보고야. 팀장으로서 전체를 파악할 수 있게 요약해 줘. 이제 본부장 기준으로 한 장짜리 주간보고를 써야 해. 어떤 기준으로 쓸지 먼저 보고하고, 내가 피드백하면 작성해 줘. 이걸 보고했을 때 본부장 입장에서 나올 예상 질문을 뽑고, 어떻게 대응할지도 제안해 줘.
마지막 줄이 리더에게 특히 쓸모 있습니다. 보고 자리에서 받을 질문을 미리 받아 보는 겁니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반론부터 들어 봅니다.
이 결정에 대한 반론을 제시해 줘. 그 반론에 대한 재반론은 더 신랄하게 해 줘. 마지막으로 위의 내용과 전혀 다른 새로운 제안을 해 줘.
혼자 고민하는 리더는 자기 생각을 반박해 줄 사람이 마땅치 않습니다. AI는 눈치 보지 않고 반대편에 서 줍니다.
둘째 갈래 — 사람은 깊게
리더가 정말 어려워하는 건 보고서보다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면담 준비, 피드백, 어려운 거절처럼 정답이 없고 말 한마디가 무거운 자리입니다.
여기서 먼저 분명히 해 둘 게 있습니다. AI가 대신 말해 주는 게 아닙니다. 할 말을 미리 연습해 보는 상대입니다.
강의 소감에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람의 감정을 AI가 터치하고 코칭하는 건 아직 거부감이 든다고요. 맞는 말입니다. 면담에서 말하는 사람은 리더이고, 감정을 받아 안는 것도 리더입니다. AI가 하는 일은 그 전에 리더가 충분히 준비하고 연습하게 돕는 데까지입니다.
성과 면담을 예로 들면 세 단계로 연습합니다.
먼저 상황을 분석합니다. 팀원은 자기 평가를 높게 보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AI에게 팀원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열심히 한 것과 성과를 낸 것 사이의 간극이 어디인지, 팀장인 내 책임은 없었는지를 짚어 달라고 합니다.
다음은 연습입니다. AI에게 그 팀원 역할을 맡기고 한 턴씩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실제 면담에서 나올 법한 반응이 돌아오니 내가 어디서 막히는지 보입니다.
마지막은 평가입니다. 역할에서 빠져 리더십 코치 입장에서 내 면담 방식을 평가해 달라고 합니다. 잘한 부분, 아쉬운 부분, 그리고 팀원 입장에서 어떤 감정이 남을지를요. 이 마지막 질문이 핵심입니다. 상대방 입장은 빼고 내가 할 말 설득만 하고 있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거든요.
거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끼는 팀원의 부서 이동 요청처럼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이 있습니다. 미안함과 공감과 대안의 순서로 말하도록 AI와 문장을 다듬어 보면, 이슈는 해결하되 사람은 잃지 않는 말이 나옵니다.
대신 하는 것과 도와주는 것
강의에서 꼭 드리는 말이 있습니다. AI가 대신 하는 것과 AI가 도와주는 것은 다릅니다.
내 일의 갈래에서 AI는 많은 걸 대신 해 줍니다. 정리하고, 요약하고, 초안을 씁니다. 사람의 갈래에서 AI는 대신하지 않고 돕습니다. 판단과 말은 리더의 몫으로 남깁니다.
그래서 AI를 잘 쓰는 리더는 더 빨리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검토할지 정하는 사람입니다. 리더가 AI를 특히 잘 쓸 수 있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좋은 질문을 던지고, 나온 답이 맞는지 틀린지 가려낼 경험이 이미 있으니까요.
자주 받는 질문
팀원 정보를 AI에 넣어도 되나요? 회사 보안 정책부터 확인하세요. 연습할 때는 실명과 민감한 정보를 빼고, 상황을 일반화해서 넣으시길 권합니다. 연습에 필요한 건 상황의 모양이지 실명이 아닙니다.
팀원들이 AI를 잘 안 쓰는데 리더가 먼저 써야 하나요? 네. 리더가 먼저 써 보고 어디에 쓸모가 있는지 보여 주는 것만큼 빠른 확산은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 시리즈 뒤쪽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매주 반복하는 주간보고 정리부터 해 보세요. 결과가 바로 보이고, 줄어든 시간이 바로 느껴집니다.
마치며
내 일은 빠르게, 사람은 깊게. 리더에게 AI가 필요한 이유는 이 두 줄로 정리됩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리더 교육 현장에서 실제로 하는 실습을 하나씩 풀어 가겠습니다. 다음 편은 첫째 갈래의 첫 번째, 팀원 보고서를 검토하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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